최근 들어 미국의 외교전문가들과 싱크탱크들이 '북한과 대화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대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대북정책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한 달 후, 11월 8일이면 미국 대선이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할 것은 최근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중요 언론이나 중요 연구소의 발표와 주요 인사들의 말 중 상당수가 북한에 대한 정책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1. 먼저 북한 전문 웹페이지 '38 노스'를 운영하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조엘 위트(Joel Wit) 교수의 언급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미 국무부에서 10여 년간 대북담당관으로 근무했고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협상에 참가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13일 <뉴욕타임스>의 기고에서 북한 핵 개발의 정도가 진전돼 미국의 새 정부는 북한의 5차 핵 실험 이후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외교구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이야기는 한미 합동군사 훈련의 유보 혹은 중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포함한다고 언급했다.
즉,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바 협상의 주역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ucci)도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지역문제 토론회에 참가해서 '대화와 협상'을 주장했다.
2. 다음으로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이 매체는 기사에서 '(북한의 전략은)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적으로 마주했을 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이러한 <뉴욕타임스>의 태도 변화는 1972년 미-중 화해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의 마오쩌둥을 방문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때도 지금의 남북대치 못지않은 냉전시대였으나, 당시 중국에 대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의 보도 논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3.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든, 트럼프가 되든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외교정책 싱크탱크, 즉 중요한 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발표도 예사롭지 않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브레진스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을 배출하며 세계정치를 막후에서 좌우한다는 이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이 지난달 16일 특별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101쪽 분량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중국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를 성패의 관건으로 꼽으며 총 6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는데 그중에 1, 2가 다음과 같다.
(1) 미국과 동맹국들은 하루속히 중국을 한반도 문제에 관한 5자 협의에 참여시켜야 한다. (2) 미국은 시급히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도록 협상 방식을 재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기자가 주장해 왔고 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들어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이 영향력 있는 정책연구 기관이 오바마의 정책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세계 10대 연구소 안에 드는 우드로 윌슨 연구소(Woodrow Wilson Center for International Scholars)의 제인 하먼 소장이 <워싱턴 포스트>에 현지시각 10월 2일자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하먼 소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일단 장기적 목표로 두고, 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실험의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를 '당면목표'로 삼아 북한과 '직접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나아가 "이것은 평양과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당사국 간에 너무 많은 불신을 낳은 6자 회담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핵 동결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핵 동결 이후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해체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외교적 자본을 투자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5. 마지막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로 유명한 클린턴 정부의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William Perry)의 최근 발언이다.
페리 전 국방장관 겸 대북정책조정관은 지난달 26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 및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포기 대신 핵 프로그램의 '동결 및 비확산'을 목표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기 전에는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는 오바마나 박근혜 정부의 현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자,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한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시키기엔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피해를 제한하는 것이 전부"라며 시그프리드 헤커(Sigfried Hecker)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이 제시한 '3가지 노(No)' 정책이 "협상을 시작할 때 좋은 목표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가지 노'는 헤커 선임연구원이 2008년 제시한 북 핵 해법으로, ▲ 핵폭탄의 추가생산 금지 ▲ 추가적인 성능향상 금지(실험 금지) ▲ 수출 금지 등 북한 핵 및 미사일 능력의 동결과 비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리 전 장관은 한·미의 대북 강경파들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하는 이른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도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선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북한 붕괴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이 붕괴하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어떤 근거도 알지 못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차기 정부에서는 대북 정책 바뀔 것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 최근 들어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신호를 연속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전이 미국이 승리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자 닉슨이 마오저뚱을 만나러 갔듯이, 북한 핵 무력의 '임계점'에 도달하니 미국이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힐러리든 트럼프든,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대북정책은 바뀔 것이다. '핵 동결'이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인 조치고, 이는 현재의 정책을 유지해서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상할 수 있다. 클린턴 정부 당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의 조명록 대장이 클린턴을 만났던 것처럼 대화 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새 대통령의 취임 초 1년 안에 미국의 여러 외교정책 사안들이 재정비되고 북한에 대한 정책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나라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할 것은 최근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중요 언론이나 중요 연구소의 발표와 주요 인사들의 말 중 상당수가 북한에 대한 정책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 조셉 위트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 |
ⓒ 뉴욕타임스 갈무리 |
1. 먼저 북한 전문 웹페이지 '38 노스'를 운영하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조엘 위트(Joel Wit) 교수의 언급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미 국무부에서 10여 년간 대북담당관으로 근무했고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협상에 참가한 중요한 인물이다.
즉,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바 협상의 주역 로버트 갈루치(Robert Galucci)도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지역문제 토론회에 참가해서 '대화와 협상'을 주장했다.
2. 다음으로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이 매체는 기사에서 '(북한의 전략은)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적으로 마주했을 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이러한 <뉴욕타임스>의 태도 변화는 1972년 미-중 화해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의 마오쩌둥을 방문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때도 지금의 남북대치 못지않은 냉전시대였으나, 당시 중국에 대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의 보도 논조는 급속도로 바뀌었다.
3.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든, 트럼프가 되든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외교정책 싱크탱크, 즉 중요한 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발표도 예사롭지 않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브레진스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을 배출하며 세계정치를 막후에서 좌우한다는 이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이 지난달 16일 특별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101쪽 분량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중국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를 성패의 관건으로 꼽으며 총 6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는데 그중에 1, 2가 다음과 같다.
(1) 미국과 동맹국들은 하루속히 중국을 한반도 문제에 관한 5자 협의에 참여시켜야 한다. (2) 미국은 시급히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도록 협상 방식을 재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기자가 주장해 왔고 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들어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이 영향력 있는 정책연구 기관이 오바마의 정책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 북한이 정권수립일을 맞아 지난 9월 9일 오전 핵실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공개한 장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 |
ⓒ 연합뉴스 |
4. 세계 10대 연구소 안에 드는 우드로 윌슨 연구소(Woodrow Wilson Center for International Scholars)의 제인 하먼 소장이 <워싱턴 포스트>에 현지시각 10월 2일자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하먼 소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일단 장기적 목표로 두고, 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실험의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를 '당면목표'로 삼아 북한과 '직접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나아가 "이것은 평양과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당사국 간에 너무 많은 불신을 낳은 6자 회담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핵 동결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핵 동결 이후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해체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외교적 자본을 투자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5. 마지막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로 유명한 클린턴 정부의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William Perry)의 최근 발언이다.
페리 전 국방장관 겸 대북정책조정관은 지난달 26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 및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포기 대신 핵 프로그램의 '동결 및 비확산'을 목표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기 전에는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는 오바마나 박근혜 정부의 현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자,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한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시키기엔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 단계에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피해를 제한하는 것이 전부"라며 시그프리드 헤커(Sigfried Hecker)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이 제시한 '3가지 노(No)' 정책이 "협상을 시작할 때 좋은 목표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가지 노'는 헤커 선임연구원이 2008년 제시한 북 핵 해법으로, ▲ 핵폭탄의 추가생산 금지 ▲ 추가적인 성능향상 금지(실험 금지) ▲ 수출 금지 등 북한 핵 및 미사일 능력의 동결과 비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리 전 장관은 한·미의 대북 강경파들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하는 이른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도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해선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북한 붕괴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이 붕괴하기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어떤 근거도 알지 못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차기 정부에서는 대북 정책 바뀔 것
▲ 트럼프와 클린턴의 대선 토론 | |
ⓒ NBC 유투브 |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 최근 들어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신호를 연속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전이 미국이 승리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자 닉슨이 마오저뚱을 만나러 갔듯이, 북한 핵 무력의 '임계점'에 도달하니 미국이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힐러리든 트럼프든,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대북정책은 바뀔 것이다. '핵 동결'이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인 조치고, 이는 현재의 정책을 유지해서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상할 수 있다. 클린턴 정부 당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의 조명록 대장이 클린턴을 만났던 것처럼 대화 국면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새 대통령의 취임 초 1년 안에 미국의 여러 외교정책 사안들이 재정비되고 북한에 대한 정책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나라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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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대화님은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로 전 UN 관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