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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통일 생각, 북녘 생각

제목

자연스러운 통일교육을 위하여

2002년 경북 영주교육지원청에서 만난 선생님들께 읽어드린 저의 원고입니다.  

 

자연스러운 학교 통일 교육을 위하여

 

포항중학교 교사 심근석

 

제가 학교에서 중학생들과 함께 통일 공부를 하는 현상을 하나의 어떤 단어로 담을 수 없을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자연스럽게’입니다. 이 말은 그런 통일교육이 되길 원하는 저의 소망을 뜻하면서, 또한 현재의 우리 학교 통일교육이 사실상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통일교육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저의 단편적인 경험들을 모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통일교육을 교과 활동, 재량 활동, 혹은 행사 활동을 통해 연중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다른 동료 교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게 안 된다면 혼자라도 부담은 되겠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연속화를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 관련 단원이 나오는 시기에만 교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6월 한 달 동안만 통일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계속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숨쉬는 공기처럼,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 왜 통일교육을 해요? 북에 가족이라도 있어요?” 가 아니라, ‘아, 오늘도 통일교육을 하는구나’ 하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계속 이어지는 통일교육을 학생들이 지겹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수업에서 말입니다. 특히 저의 통일 관련 수업은 항상 과제가 수반되고, 모둠 활동 과정 및 결과가 수행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학생들이 지겨울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이 학생들의 이 ‘지겨움’을 덜어줄 책임의 대부분은 교사에게 있습니다만, 방향성이 올바르게 지켜진다면 효과는 떨어지더라도 적어도 통일교육의 역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어떻게 학생들과 활동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 ‘어떤 도달점을 유념하며 활동하느냐’가 순서 상 먼저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둘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통일교육의 올바른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법 영리하고 민감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일관된 통일 가치관을 유지하기 힘이 듭니다. 우리의 순진한 학생들은 잘못된 혹은 부서진 논리(안목)를 확대 재생산하는 매체와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현상과 그것을 담아내는 매체 비평 안목을 함양하는 일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이 자리의 논지에서 벗어납니다.

저는 통일교육의 올바른 방향성을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민족 화해와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기>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상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만, 교사가 이 관점을 철저하게 유지하기만 한다면 학생들의 작품과 말을 통해 학생들이 이러한 관점을 부지불식간에 내면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관점의 철저한 유지’라는 말은 교수-학습 과정과 행사 활동에서 컨텐츠와 질문하는 법을 섬세하게 구조화한다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 관점은 분명히 통일부의 2002 통일교육지침서와 기본적으로 일치합니다. 물론 북한의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치적인 통일을 달성함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개념에 있어서 통일부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통일교육의 범위를 ‘사실상의 통일’에 한정하고, 북한의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의 역사적 정당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저는 민족화해 시대에 걸 맞는 통일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통일부의 지침과 별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지침이 시․도 교육청을 통해 왜곡없이 원래의 취지대로 침투하고

또 세부적인 지원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다시 통일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지겨운 반응으로 돌아가서,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게 통일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 교사가 준비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일이 있을까요? 저는 먼저 멀티미디어 자료 활용을 들고 싶습니다. 조금 후 사례 소개에서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같이 통일 노래를 부르는 등 말입니다. 그 다음으로 활동의 주제나 과제를 계획할 때, 꼭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가 가르치고 싶은 부분을 포괄하지 못하더라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주제나 영역을 다루면서 교사가 의도하는 부분으로 연결하여 보충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수평적 합의를 지향하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해결 과정에서의 느낌이나 결의를 전체 앞에서 말하도록 하는 활동이 정감과 의지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Jigsaw 방식의 협동학습이나, 토론 학습보다 대화 학습의 틀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자료의 내용을 흥미 있게 다양화한다면 한가지 수업 방법으로도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가정 연계 학습으로 portfolio 통일탐구장(통일작품집)을 만들어 보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상세히 말씀드리겠지만, 통일탐구장은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리고 수행평가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작년의 잘 된 작품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충분한 시간을 주면, 첨엔 학생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끝나고 자신에게 한 권의 작품집이 남게 되었을 때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통일 교육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자연스런 통일교육은 학생들의 생활 속에 ‘통일’이란 주제를 스며들게 하고 나아가 그들의 마음의 결이 되도록 하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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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심근석

등록일2005-07-08

조회수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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