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를 북미 관계가 이끌어가고 있다. 탑다운 방식이라 그럴 수는 있지만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 의제가 제대로 비핵화의 과정 속에서 일부 비핵화조치 행동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북한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대한 일괄 보상이라는 미국은 서로 대화의 여지는 남겨두었지만 서로 대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정리해 본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한가?
조건부 비핵화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고 했던 동기에 포함된 욕구가 충족된다면 비핵화 할 것이다. 북한은 핵무장에 대한 본격적인 욕구는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원자폭탄 사용 검토는 북한에 엄청난 공포를 안겼다. 휴전 후 지금까지 이어져온 적대적인 북미 관계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평화적인 북미관계의 제도적인 정착,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자원확보와 국제 사회와의 협력이 불가능하게 한 각종 제재의 해제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북한은 비핵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원하는것을 못 얻을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비핵화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가?
비핵화 과정을 단순화하면 3단계(신고-> 검증->폐기)인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영변핵단지를 폐기할 것을 제안하면서 지금과 같은 신뢰가 쌓이지 않는 북미 관계에서 큰 결단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플러스 알파를 말하면서 일부 핵시설 폐기로는 그에 대한 댓가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가장 위협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한반도 전면전을 대비한 미군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와 연례 대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다. 현재는 북한은 핵 및 미사일 실험을 동결했고, 그에 대응해서 미국도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지시켰다. 그렇지만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협이 제거되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철저하고 성실한 신고를 주저할 것이다. 미국도 과거의 비핵화 협상에서 실패한 경험을 돌아보며 (제네바 합의 및 9.19 공동성명의 실패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모두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단계별 보상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이 트럼프로 하여금 (본인이 생각하기에) 북한에 다소 양보적인 조치를 취할 만큼 여유를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시즌에 결정적인 진척을 이루면 되므로 미국으로서도 스몰딜보다는 지금은 협상의 판을 키우자는 전략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생산적인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 필요한 일들은 무엇일까?
북한의 핵시설, 핵물질, 핵탄두, 장거리 미사일, 핵 프로그램 및 인력 등에 대한 철저한 신고를 받기 전에 북한이 상당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국은 우리와 중국 등이 함께하는 가운데 북한과 종전 선언을 하고 경제 제재의 일부를 해제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상당한'의 범위는 북한과 미국이 교섭해서 정해야 한다. 이렇게 북미관계의 안전망을 확보한 후에 먼저 할 일은 '비핵화'의 정의를 합의하는 일이다. 이 비핵화 정의에는 한국과 중국도 만족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인지 한반도의 비핵화인지, 과거와 현재의 핵만 비핵화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핵(예를 들면 핵공학자, 기술자 들)도 포함할 것인지? 운반수단인 미사일을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 등을 규정할 수 있도록 정확한 '비핵화'의 정의가 필요하다.
이 비핵화의 정의에 따라 북한은 철저한 핵신고를 하고 미국은 IAEA를 통해 투명하게 핵 사찰하면 된다. 핵신고에 대한 보상, 핵 사찰에 대한 단계적 보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과 미국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북핵을 폐기하면 북한의 비핵화는 완료된다.
한반도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 한국은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할까?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의 영향을 직접 받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우리에게는 미국과의 관계도, 북한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강대국의 이익 추구 속에서 우리의 이익은 국제 정세 속에서 종속변수일 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다. 이렇게 북미관계가 경색되니까, 우리가 북한과 할 일의 여지도 없어져 버린다. 우리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와 비핵화협상을 촉진하겠다는, 그래서 창의적인 발상으로 적극 나서겠다고 한 것에 적극 찬성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번 한미 워킹 그룹에서 화상상복을 위한 물자 반출의 승인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는데, 답답한 심정이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서는 그간 여러 차례 현장 방문을 요청했지만, 미국의 보류 입장에 의해 막혀왔다. 북미관계의 교착과 견고한 대북 제재의 틀 속에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은 표류하고 있다. 북한과의 독자적인 관계 개선 노력보다는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도록 그리하여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혜를 짜내어야 한다. 북한도 미국도 만족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우리가 설득해야 한다. 일단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국내 상황에 처해 있는 미국의 행정부를 생각하면 시간을 더 필요로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동결을 해제하고, 미국이 대규모 군사 위협을 하는 등의 더 나쁜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가지고 우리 정부에서 말한 것처럼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