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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통일 생각, 북녘 생각

제목

Y-Teen을 위한 따뜻한 통일 이야기

2002년 포항의 YMCA 산하  Y-Teen 고등학생들을에게 말한 원고입니다.  

 

Y-TEEN을 위한 따뜻한 통일 이야기

포항중학교 교사 심 근 석

 

7년째 중학생과 생활하다가 포항의 ‘주인 된’ 고등학생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설래임과 긴장이 교차하는 그런 심정입니다. 저는 이 강연을 맡기 전까지 YWCA의 산하 청소년 단체로서 Y-TEEN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여러분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독교의 나눔과 섬김의 삶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10월에는 포항 YWCA 주관으로 제7회 청소년 가요제도 준비하고 있더군요.

지난 주 포항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마음에 맞는 시민단체 하나를 찾아서 활동내용 및 느낀 점을 써 오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시민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개인적 한계를 넘어 사회에 참여하는 주인이 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여러분은 이미 포항의 주인 됨 나아가 우리 나라의 주인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만나면서 Y-TEEN을 알게 되었듯이, 여러분도 저와의 만남을 통해 통일이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학교 자유게시판에 제가 통일에 관한 글을 올렸는데 한 학생의 리플 왈... “통일교 교주 바위솔(저의 아이디)이 드디어 포중을 통일로 물들이다…” 저는 생각했죠. ‘아, 내가 통일교육을 하는 열정만 전달되고, 뜻하는바 내용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구나. 그러니 당연히 그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사와 학생의 형식적인 교류를 넘어서서 인간과 인간의 진실한 만남이 이루어질 때 교육도 이루어지는 것이겠죠. 그런 점에서 저는 아직 더 노력해야 하는 교사입니다. 어떻게 하면 생판 서로 모르는 여러분과 내가 통일과 북녘사람들을 주된 소재로 진실한 만남의 장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지금 저의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평소에 제가 학교 수업이나 강연에서 많이 받았던 질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갈까 합니다.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여러분과 저의 마음이 서로 맞닿아 이 자리가 통일과 북녘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진실한 만남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왜 통일을 해야 하죠?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입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 당연한 이유(통일의 당위성)은 논리적 당위성과 심리적 당위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 당위성이란 통일을 해야만 하는 논리적 근거를 말하며 나와 관계없이(나를 떠나) 따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심리적 당위성이란 마음으로 통일하고픈 느낌을 갖는 것을 말하며, 나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논리적 당위성은 통일하고픈 느낌(심리적 당위성)을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해 줍니다. 심리적 당위성은 논리적 당위성을 실천으로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통일의 논리와 느낌은 서로 보충해주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통일의 논리가 다소 부서지거나 빈약하더라도 통일하고픈 느낌을 열렬하게 갖는 것이 순서 상 먼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을 사랑함은 먼저 그 사람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얻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먼저 feel이 오고 그 설레는 감정 때문에 상대방의 사소한 것까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까? 통일에 대한 열렬한 느낌이 가장 강한 사람들의 한 부류는 이산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이산의 한은 말이나 논리를 넘어서는 아주 강력한 통일의 느낌인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통일에 대한 따뜻하고 잔잔한 그러면서 조금은 애절한 느낌을 가지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왕룡사 홀아비의 47년 망향가'라는 동영상을 보며 눈물지을 때 생길 수 도 있으며, 9월 18일 착공된 경의․동해선 도로 연결 공사가 완성됐을 때 온 가족이 승용차로 금강산으로 가다, 우연히 만난 북녘 친구들의 순박한 웃음에서 그 느낌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 통일의 느낌은 단 한번의 강력한 느낌으로도, 또는 잔잔한 느낌의 연속으로도 여러분의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체험이 중요하고 느끼는 마음이 소중합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의 지식(논리적 근거)도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겠어요. 느낌은 통일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자기만의 둥지가 아닐까 해요. 아무리 통일의 논리가 (아니면 통일 반대의 논리가) 선명하더라도 그런 자기 둥지가 없다면 그냥 말잔치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저를 감상적 통일지상주의자로 몰아붙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민족에 대한 애절한 감상 없이는 분단 세월 동안 쌓아온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 자기 교만을 내동댕이칠 수 없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통일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1994년에 북한의 핵발전소 문제로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폭격하려 했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 결재까지 받아 카운터다운 중 전 대통령 카터가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평화적 해결을 합의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한 것처럼 북한을 폭격하고 바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1999년과 올해 6월에 연평도 근처에서 남북 해군이 충돌했을 때 그 정도에서 서로 참지 않고, 남측에서 공군기가 출격해서 미사일을 쏘고 북 해안기지의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한반도엔 전쟁의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1990년 국방부에서 모의전쟁 실험을 한 결과 그 당시 남북의 군사력 상태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1주일 사이에 240만 명, 한 달 새에 50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시설의 90%가 파괴된다고 했습니다. 전쟁 후 일주일 만에 두어 가족 중에 희생자가 나오지만, 더 지속되면 필연적으로 우리 가족 중에서도 반드시 희생자가 나온다는 확률입니다. 우리 사회의 터전도 모두 잿더미가 되어 196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전쟁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통일입니다.

 

통일되면 더 못살게 되지 않을까요?

통일이 될 때 남북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돈을 통일비용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북의 사정으로 봐서 통일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며, 이는 모두 우리 가족이 내는 세금이라는 생각이죠. 사실 통일비용은 우리가 어떤 모양으로 통일을 이루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집니다. 통일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무력 통일, 흡수 통일, 협상 통일이 그것입니다. 전쟁을 통한 무력통일은 안되겠죠? 그럼 흡수통일은 어때요? 동서독처럼 경제적 격차가 클 때 정치적 여건이 마련되면 가능한 방법입니다만,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듭니다. 그럼 남은 방법은 협상통일 하나밖에 없습니다. 협상통일은 그 전 단계로서 평화 정착과 교류․협력의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려면 북한의 빈약한 사회기간시설 확충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채정 의원이 작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의선 복선화를 위해 연간 1조원씩 3년에 걸쳐 매년 1조원씩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9446억 원의 수익을 국내 경제에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북의 산업시설 확충을 위해 1조원을 무상으로 지원해도 실제 부담액은 55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협상통일은 이렇듯 평화정착의 기반 위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서로의 신뢰가 회복되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할 때 가능한 것이고, 이때의 통일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분단비용은 분단으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낭비와 인력 손실 등을 말합니다. 작년 우리 국방부분의 비용은 16조원이 넘었습니다. 통일되면 1/3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무려 10조원 이상을 해마다 절약하게 됩니다. 이는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연간 200만원 이상씩 줄 수 있는 돈입니다. 임채정 의원은 국회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분단비용을 1년에 20조 6940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가 교류협력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을 이루고 협상통일을 한다면, 쓸모가 없을 분단 비용을 생각한다면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북쪽 사람들은 왠지 경직되고 호전적으로 보여요!

북쪽 사람들에 대한 이질적인 느낌을 표현한 다양한 말들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두 번 판문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은 1991년 겨울, 교사 통일교육 현장견학 코스로 방문했습니다. 판문점 안에 유일하게 남북 경계가 없는 곳이 회담장 안입니다. 이 곳은 북쪽 지역과 남쪽 지역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북쪽 지역으로 넘어가서 창 쪽을 보니 북쪽 경비병이 나를 보고 씩 웃지 않겠습니까? 저는 갑자기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고 당연히 뻣뻣하고 무표정하게 그를 2, 3초 응시했다가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저는 그때도 통일교육을 하는 도덕 교사였습니다. 북쪽 사람에 대한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그 때의 경험이 떠오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직도 우리 남쪽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 깊은 언저리에는 북에 대한 이런 정서가 남아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저도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니 대학교 교양 윤리 과목에서까지 북쪽 사람들은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나쁜 적이라고 배웠습니다.

지금도 존속하는 국가보안법 제 7조를 보죠.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 제5항은 이러한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 그리고 제4항은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 그리고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속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바로 그 반국가단체의 우두머리를 반국가단체의 심장부에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1970년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출처 :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Ⅰ> 반공의 총과 칼) 어떤 선생님이 학교에서 “우리는 학비가 많이 들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11년 의무교육제도가 있어서 학비는 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학생에게 말했는데, 이 말에 놀란 학생과 동료 교사들이 그를 간첩으로 신고했고, 그는 경찰서로 연행되었습니다. 그가 수사관에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신문에도 난 일인데, 왜 문제 삼느냐?” 하니 그 수사관 말이 “신문에 났어도 북한이 그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 법에 걸린다.”라고 말했답니다. 이 법은 물론 지금도 남아있는 국가보안법입니다.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고 성장했습니다. 더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북한을 적으로 여기고 북한 사람들을 우리와 함께 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존재로 학습하고, 몸에 그런 의식을 쌓아왔습니다. 북한의 남침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는 기억, 그런 북한과 지금도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국가보안법은 제도적, 심리적 안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Y-TEEN 여러분!

휴전선 동과 서에서 철조망이 뚫리고 화해의 철도와 도로가 나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서해교전이 일어나도 평양의 남쪽 상사원들은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금강산 관광이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되는 이런 시대에 우리들은 북쪽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먼저, 북한을 우리 남한 중심의 시각에서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북한’이라는 말도 사실은 한국의 북쪽이라는 남쪽 중심의 말이고 북쪽 중심의 남쪽이름은 ‘남조선’이 되겠지요. 북녘의 사회주의를 우리 남쪽의 사상과 체제 중심에서 보면 그들의 집단주의가 기계적 전체주의로 잘못 보이고, 북쪽 예술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예술의 순수성을 잃은 것으로 작품성을 낮추어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북녘을 편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방법입니다.

둘째, 북쪽을 제 3자 (다른 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것은 첫째 방법보다는 북한을 치우치지 않게 보겠지만, 그러나 우리 분단의 역사에 대한 아픔을 같이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깊은 애정의 눈으로 북쪽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역시 그들 나라 중심으로 볼 것입니다. 북한이 다른 나라와 협상할 때 주인의식과 자존심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어리석게 볼 수도 있습니다. 서양의 합리주의, 실용주의 관점에서 보면 어리석게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북쪽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는 방법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방법입니다. 도덕 수업 시간에도 가장 강조되는 도덕적인 능력은 상대의 처지와 입장이 되어보고 처신하는 것입니다. 그 능력을 북쪽을 이해하는 데 적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도 북한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북한이 왜 오늘날과 같은 사상, 체제, 문화, 생활방식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북한 역사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왜 북한에는 실질적인 정당이 조선노동당 하나밖에 없는지, 왜 사람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과 조선노동당의 방침에 철저히 따르는지, 왜 북한 만화영화에는 정치 선전이 별로 없는지 등을 가장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입니다.

 

북녘 사회와 사람들을 볼 때 참고하면 좋아요..

하나. 충분히 알 때가지 절대로 가치판단(좋다, 나쁘다 등)을 내리지 마세요. 그리고 자신이 없으면 끝까지 판단을 미루는 것이 좋아요. 성급한 판단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말 하는데 충실하자는 것입니다.

두울. 북한을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으로 이등분해서 따로 취급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흔히 보면 북한 지도부(지도자 및 핵심노동당원들)는 불신하고 미워하고, 북한 주민은 불쌍하고 도와줘야 할 존재라고 보는데, 북한은 하나의 '사회주의적 대 가정'이고, '집 단주의' 국가입니다. 즉 지도부와 주민이 일체화된 국가라고 볼 수 있죠. 만약 그렇 지 않다면 90년대 후반부터 북한 사회가 겪은 식량난을 포함한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도 지도자나 지배층에 대한 불만 세력이 있고,

그런 경우에는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북한 사회 전체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바람직한 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세엣. 과거 지향적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으로 북한을 봅시다. 과거에 서로 싸우고 적대시 했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북한 지도부는 대화 파트너가 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 화 해하고 평화를 조성하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즉, 과거는 좋지 않았더라도 거기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의 희망으로 서로를 보자는 것입니다. 북녘 동포의 지도자인 김 정일 국방위원장과 우리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에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 고, 상당히 많은 부분은 북한이 실천했고, 앞으로도 북한은 그 선언을 충실히 지키겠 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북녘 지도부는 우리의 합리적인 대화 상 대라고 봅니다.

 

【6․15 남북 공동선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정상들은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번 상봉과 회담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며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내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0년 6월 15일

 

대 한 민 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 통 령 국 방 위 원 장

김 대 중 김 정 일

 

 

 

 

 

【6․15 남북 공동선언】 해설

 

역사적인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된지도 2년이 지났군요. 우리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남북의 노력 중에서 가장 훌륭한 업적이었습니다.

 

제1항은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풀 수밖에 없다는 대원칙을 강조한 것입니다. 당나라의 힘을 빌어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그 대가로 고구려의 광활한 북만주의 영토를 당에 내주어야 했으며, 통일 후 정치적 간섭도 받아야 했습니다.

<자주적, 평화적 통일 추구>

제3항은 즉시 남북이 실천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합의로서 이미 실행에 옮겨졌고, <분단의 아픔 치료하기>

제4항은 남과 북의 평화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경제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남북간의 교류(사람이나 물자가 남과 북을 왕래함)와 협력(남북이 힘을 모아 어떤 사 업을 벌이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합의한 것입니다. <남과 북이 더불어 잘살기>

5항은 이러한 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장관급 회담 등 각종 대화 창구을 개설하기 위한 것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습니다. <합의 사항의 실천 노력>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전의 회담에서 이루지 못한 중요한 새로운 합의는 제2항의 합의입니다. 그간 남북은 통일의 큰 원칙에 합의하였지만, '통일의 방법'을 둘러싸고는 서로 다르다며 비난하여 왔습니다. 남한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라 하여 "교류협력→남북연합→통일" 3단계를 설정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주장하여 왔고, 북한은 '고려연방제통일방안'이라 하여 남북의 체제와 정부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1민족 2체제 2정부 1국가'로의 통일을 주장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남은 북의 통일방안을 적화통일(공산화통일) 방안이라 비난하며 거부하여 왔고, 북도 남의 통일방안이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것이라거나 흡수통일 방안이라며 비난하고 거부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양쪽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다고 합의하였습니다.

<남북의 차이를 존중하고 공통점을 살려나가려는 태도>

남북 통일방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남한의 통일방안은 교류협력, 남북연합, 체제통일의 3단계를 거쳐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남북연합'이란 남과 북의 체제와 정부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정상회담', '각료회의', '의원회의' 등 남북협의 기구를 두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조절해나가는 단계를 말합니다.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남과 북의 체제와 정부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연방정부를 수립하되, 당분간 남과 북 정부에 군사권과 외교권까지 그대로 두면서 점차로 연방정부의 권한을 높여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남한의 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사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첫째는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와 정부를 인정하고 그대로 둔 채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통일하면 북한이 우리 남한과 같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북 양측의 통일방안은 서로를 망하게 하여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인정하고 존중하여 통일을 추구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대중 대통령은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언한 바 있습니다. <남과 북의 체제와 사상을 서로 존중함>

둘째는 남북 양 통일방안은 통일을 일시에 모두 이루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통일의 정도를 높여나가는 길을 제시하는 점에서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통일하면 어느 날 갑자기 일시에 이루어질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남북 양쪽의 통일방안은 통일을 긴 과정을 통해 남북의 통합 정도를 높여나가야 할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

이러한 공통성을 인정할 때, 약간의 차이는 상징적인 통일중앙정부를 세우느냐, 남북간 협의기구를 둘 것이냐 하는 정도로 좁혀지게 됩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을 존중하여, 통일을 이루려는 의지가 강할 때,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어가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지 않고, 민족의 장래를 위해 힘을 모으는 정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북정상회담은 그간 대립적으로 상대를 비난하기에 몰두해왔던 남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사는' 길을 택하는 지혜를 발휘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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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심근석

등록일20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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